전지희는 띠동갑인 ‘탁구신동’ 신유빈(19·대한항공)과 함께 세계 1위 인 중국의 쑨잉샤(23)-왕만위(24)를 3-0(11-7, 11-9, 11-6)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르며 최소한 은메달을 확보했답니다.
세계 최강 중국 탁구를 충격에 빠뜨린 세계 12위 콤비의 ‘반란’이었다. 세계대회 3연패를 노리던 상대를 꺾었기에 기쁨은 더했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출신으로 중국 청소년 국가대표까지 지낸 전지희. 그로서는 지난 2011년 한국으로 귀화해 탁구선수로 새 출발한 이래 너무나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이러기까지 그는 숱한 좌절과 실망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랜 세월을 버텨왔답니다.
지난 2008년 전지희를 데려온 김형석 당시 서울시청 감독(현 화성시청 감독)은 이날 4강전을 새벽잠을 설쳐가며 지켜본 뒤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희가 정말 잘 치더라. 귀화 13년 만에 성과를 낸 것이다”며 흐뭇해 했답니다.
김 감독은 “유빈이 탁구도 올라왔기 때문에, 둘의 케미가 잘 맞은 것 같다. 생각보다 쉽게 이겼다. 완전히 쑨잉샤와 왕만위를 압도했다”고 높게 평가했답니다.
김형석 감독은 지난 2011년 3월 포스코에너지(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여자탁구단이 창단될 때 초대 감독으로 취임했고, 전지희를 귀화시키며 에이스로 쓰기 시작했다. 전지희 랭킹포인트를 끌어올려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김 감독은 그와 함께 브라질 등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오픈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지구를 한 5바퀴 이상은 돈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런 노력에도 전지희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 은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특히 개인전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 혼합복식에서 김민석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올림픽 때는 메달은 따지 못했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여자단식 동메달을 획득했다. 1년 연기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때는 노메달로 부진했다. 2021 휴스턴 세계선수권(개인전) 때는 신유빈과 짝을 이뤄 여자복식에 출전했으나, 신유빈이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개인전 올림픽 메달 꿈도 무산됐다. 당시 여자단식에서는 32강에서 탈락했답니다.
그러면서 전지희의 선수 인생도 서서히 마감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말 포스코인터내셔널과의 계약이 만료되자 미래에셋증권으로 팀을 옮겨 재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신유빈과 호흡을 맞추면서 환상의 케미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는 처지가 되는 등 높이 날아올랐다.
전지희는 세계 7위 중국의 첸멍(29)-왕이디(26)와의 결승을 앞두고 “옆에 유빈이가 있기 때문에 겁없이 파트너 믿고 즐겁게 경기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경기시간은 28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이랍니다.
그는 결승 진출 뒤 “살면서 이런 무대, 결승은(처음이다)…. 저도 그렇고 유빈이도 그렇고 탁구인생, 모든 인생에서 아쉬운 점 없게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지희가 자신이 태어난 나라 선수들한테 비수를 꽂으며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금메달 감격을 누릴 지 주목된답니다.
가슴은 한국 .. 귀화 전지희 내일은 탁구왕 - 2014. 3. 14
최근 한국 스포츠에 귀화 선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에 출전한 중국 출신 당예서(33·대한항공)가 귀화 선수 첫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따냈고,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는 대만 화교 3세인 공상정(18·유봉여고)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답니다.
오는 9월 열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탁구 여자대표팀의 전지희(22·포스코에너지)를 주목해야 한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2011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귀화 선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종합 대회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답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만난 전지희는 어느새 한국 사람이 다 돼 있었다. 2008년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한국말이 서툴러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누구와도 자유자재로 말이 통한다. 전지희는 "한국에 맛있는 게 너무 많다. 피자·스파게티도 맛있고, 요즘 동태찌개에도 맛을 들였다"며 활짝 웃었답니다.
전지희는 초등학교 탁구코치로 일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7세 때 탁구를 시작했다. 15세까지만 해도 그는 중국 차세대 기대주였다. 10세 때인 2002년 칭다오로 탁구 유학을 떠난 그는 2005년 류궈량·궁링후이 등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거쳐간 루넝클럽에 입단했답니다. 2007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여자 단식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등록 선수만 30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탁구계에서 성인 대표팀까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경쟁에서 밀린 전지희로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그때 김형석(52) 현 여자대표팀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당시 포스코에너지 창단을 앞두고 중국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던 김 감독은 "지희는 더 나은 탁구를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남달랐다. 그 마음만 갖는다면 좋은 선수로 키워볼 수 있을 것 같았던 마음입니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그냥 탁구를 더 잘하고 싶었다. 깊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다른 환경에서라도 내 실력을 당당히 뽐내고 싶었던 마음입니다"고 말했답니다.
운동만 하던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언어를 배우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소속팀 언니들을 따라다니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익혔다. 지난 2011년 아버지 친구인 조선족의 양녀로 입적된 그는 일반 귀화 시험을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답니다.
탁구 선수로서도 전지희는 꾸준하게 성장했다. 자신의 강점인 백핸드 공격에다 전진 속공이라는 한국형 탁구가 가미돼 실력이 부쩍 늘었다. 2011, 2013년 전국체육대회 단식 금메달, 2012년 종별선수권 단식 정상에 올랐답니다.
지난 2011년 모로코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이어 지난달 16일 열린 쿠웨이트오픈에서 석하정(29·대한항공)과 짝을 이뤄 여자 복식 2위를 차지했다. 어느새 세계 랭킹 18위까지 올라 서효원(27·한국마사회·세계 9위)에 이어 국내 2위다. 전지희는 "중국과 달리 한국에선 코치와 동료들이 '넌 잘할 수 있어' '파이팅' 등의 말을 자꾸 해줘 힘이 난다. '내 곁에 누군가가 늘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어 든든한 마음입니다"고 말했답니다.
전지희는 국제탁구연맹(ITTF)의 귀화 규정에 따라 7년 동안 나서지 못하는 세계선수권에는 불참하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할 수 있다. 전지희는 "태극마크를 볼 때마다 가슴 설렌다"며 "세계 랭킹 4, 5위인 천멍·주율링이 나와 함께 중국 청소년 대표를 했던 친구들이다. 나는 한국 대표고, 한국인이다. 꼭 그 선수들을 정말로 넘겠다"고 당차게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