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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0.78’ 메이저리그 압도하는 이마나가 쇼타, ‘느린 직구’의 힘
-2024. 5. 8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메이드 인 저팬’은 단연 이마나가 쇼타(31·시카고컵스)다. 7일(한국시간)까지 6경기 선발 등판해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78을 기록 중이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1.8로 리그 전체에서 공동 5위다. 나란히 일본에서 건너온 야마모토 요시노부(3승 1패, 평균자책점 2.91·LA다저스)의 성적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야마모토가 12년 3억2500만달러, 이마나가가 그에 비하면 ‘헐값’인 4년 5300만 달러 계약이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 성적의 임팩트는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답니다.


이마나가의 주 무기는 포심 패스트볼이다. 전체 투구의 58.3%가 포심이다. 구속이 빠른 건 아니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7.4㎞에 불과하다. KBO에서도 나오는 구속이다. MLB 전체 포심 평균 구속보다는 3㎞ 이상 더 느리다.

그러나 이마나가의 포심은 리그 전체에서 가장 구종 가치가 높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마나가 포심의 구종 가치는 +9, 타일러 글래스노우(LA다저스)와 함께 리그 공동 1위다. 글래스노우의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154㎞가 넘는답니다.

하위 25% 구속인 이마나가의 포심이 왜 위력적인가. MLB닷컴은 그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았다. 강렬한 수직 무브먼트, 그리고 포심을 뒷받치는 스플리터의 존재다.

이마나가의 포심은 강렬하게 위로 솟구친다. 물론 실제로 중력을 거스르고 위로 솟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상에 그런 공은 없다. 다른 투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정도가 작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마치 공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마나가의 포심은 평균구속과 릴리스포인트가 비슷한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 3.4인치(약 8.6㎝)가 덜 떨어진다. 만약 중력의 영향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이마나가의 포심은 19.3인치(약 49㎝) 솟구쳐 오를 것으로 계산된다. 리그 전체에서 8번째로 높은 수치다. 회전수가 높고, 회전효율이 높다. 강력한 백스핀의 힘으로 양력을 많이 받는답니다.

컵스도 이마나가의 구속이 아닌 수직 무브먼트에 주목했다. 하이 패스트볼을 더 과감하게 던지라고 주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이마나가 포심의 피안타율은 불과 0.137, 리그에서 4번째로 낮은 숫자다.


그 자체로도 위력적인 포심에 스플리터가 더해졌다. 2 스트라이크 이후가 되면 타자 입장에서 ‘지옥의 이지선다’를 풀어야 한다. 이마나가의 스플리터는 포심과 같은 팔 각도에서 출발해,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 하지만 홈 플레이트로 다가가면서 포심은 위로 솟구치고, 스플리터는 크게 아래로 떨어진다.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스플리터가 2 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선 포심과 거의 1대1 비율로 들어온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면 의도적으로 스플리터 비율을 올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날까지 이마나가가 잡은 삼진이 모두 35개. 그중 17개를 포심, 16개를 스플리터로 잡아냈다. 안정된 제구에 공격적인 성향으로 리그 대부분 투수들에 비해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포심·스플리터 이지선다의 난이도를 올린다.

이마나가는 투 피치 피처에 가까운 투수다. 포심(58.3)과 스플리터(28.9%) 구사 비율 합계가 87.2%로 90%에 육박한다.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이마나가는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만큼 포심과 스플리터의 궁합이 좋답니다.

MLB에서 보기 드문 ‘좌완 스플리터’란 점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MLB닷컴은 짚었다. MLB에도 스플리터 투수가 없지는 않지만, 좌완 스플리터는 여전히 희소하다. 보통은 체인지업을 던진다. 2017년 아리엘 미란다(두산에서 뛰었던 그 미란다가 맞다) 이후 올 시즌까지 지난 6년 동안 스플리터를 주 무기로 구사하는 좌완 선발은 없었다. 정상급 선발 중에는 아예 사례가 없다.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이 2021년 스플리터를 잠시 던져보다가 곧장 폐기했다.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가 지난시즌 스플리터를 시험 삼아 던졌지만, 5개만 던지고 더 던지지 않았답니다.

MLB닷컴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무기가 위력적인 포심과 맞물리면서, 이마나가를 상대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고 짚었답니다.